엔들레스썸머 수국으로 시작하게 된 식집사 생활 - 1년간 변화 모습
2024년 06월. 한창 장마가 쏟아지던 때에 우연히 우리 아파트 앞의 화단에 있는 산수국을 보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그 파란색 꽃 색깔에 반해버려 결국 저는 나이 서른이 다 되어가도록 관심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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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트에서 소개한 제 수국은 어느새 꽃이 만개한지 2주가 다 되어 갑니다. 그 사이 가장 먼저 피었던 전년지에서 올라온 수국 꽃송이는 점점 시들어서 드라이 플라워처럼 변하고 있었고 봉우리를 오므리고 있던 다른 수국 꽃들의 참꽃들도 전부 피어났습니다.
제가 수국을 키우기로 결심한건 사실 오늘 소개드릴 집앞의 '제주 산수국'으로 추정되는 이름 모를 수국의 색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려서 입니다. 노지 화단에서 크는 만큼 식물이 크기도 크고 올해 봄과 초여름의 다소 선선하고 쌀쌀한 날씨 덕인지 이제야 만개해서 예쁘게 피어 있는 모습입니다. 비록 제 수국은 아니지만 저 혼자 보기 아까운 모습에 한번 오늘 포스트에서도 잠깐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1. 꽃이 피고나면 지는 법
1년 동안 열심히 키운 제 엔들레스썸머 수국은 가장 예뻤던 모습을 뒤로한 채, 한 송이씩 점점 시들어가는 중입니다.
- 2025년 06월 10일(256일째, 싹이 트고 약 3개월 후)
- 2025년 06월 11일(257일째, 싹이 트고 92일 후)
반면에 지금 막 피어나는 수국 꽃도 아직 있습니다. 전년지에서 올라온 두개의 작은 가지에서 귀여운 꽃송이 두 개가 이제야 막 꽃이 피어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얘들도 역시 핑크네요. 구연산이랑 명반을 그렇게 줬는데... 내년에 분갈이 할 때는 아무래도 명반과 유황을 갈아서 흙 밑에다가 섞어주는 식으로 키워봐야 할 것 같습니다. 수국 전용 파란색 상토에다가도 심고 명반도 뿌리고 구연산도 줘 봤지만 아무래도 토질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것 같네요.
- 2025년 06월 13일(259일째, 싹이 트고 94일 후)
한쪽이 먼저 시들어버린 꽃송이는 한동안 그렇게 또 이쁘게 피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 꽃도 오래 가진 못하고 아래와 같이 시들기 시작했고, 저는 꽃볼을 잘라주기로 합니다.
- 2025년 06월 14일(260일째, 싹이 트고 95일 후)
꽃볼쪽과 가깝게 줄기를 최소한으로 잘라주는 '데드헤딩'을 할 수 있긴 하나, 저는 잎눈이 비교적 튼실해보이는 쪽에서 가지를 내고 싶어서 한 마디 정도 더 내려와서 가지치기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가지치기를 할 때에는 도구를 소독해주는 것 잊지 마세요. 안 그러면 식물이 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잘라줬으니, 그 밑의 가지 사이의 겨드랑이에서 새로운 가지가 나올 겁니다. 엔들레스썸머 품종은 운이 좋다면 줄기가 한번 더 자라나와 9월 까지도 꽃을 한번 더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내년에 좀 더 멋진 꽃을 원하므로 아마 이 이상으로 새로운 꽃대가 올라오면 잘라주지 않을까 싶네요. 내년 봄과 여름에는 꼭 분갈이를 잘 해서 파란 꽃을 보고 싶네요.
2. 질투나도록(?) 핀 아파트 화단의 산수국
제 염원과 다르게 핑크색으로 핀 저희 집 수국과는 달리, 화단에서는 작년에 제가 반했던 모습의 색깔인 푸른 빛 수국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 2025년 06월 12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동그란 수국 꽃과는 달리, 가꽃이 가장자리에만 피어나는 산수국입니다. 비록 꽃이 많이 피는 것 같진 않지만 풍성한 꽃을 자랑하는 원예수국과는 다른 우아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파리 또한 원예수국과는 다르게, 조금 더 뾰족하고 길쭉한 모양입니다.
사진을 좀 더 볼까요?
사진을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원예수국에선 볼 수 없는 산수국만의 매력이 확실하게 있습니다. 비록 화려한 가꽃은 적어도, 가운데 있는 참꽃에서는 오묘한 푸른빛과 보라빛이 어우러지고 꽃술이 우아하게 올라온 모습이 참 예쁩니다. 자연에서 나온 이 색깔들은 정말 언제봐도 몽환적이고 사람을 홀리는 예쁜 색입니다.
그건 그렇고, 아파트 화단은 이렇다할 관리를 안 해주는데도 이렇게 꽃들이 보라빛과 푸른 빛으로 잘 자라네요... 수국은 노지에 던져놓고 키우란 말을 들어본 것 같았는데 역시 방치하고 키우는게 더 괜찮은 식물인걸까요? 내심 핑크빛으로 자란 저희 집 수국이 다시 한 번 원망(?)스러워 집니다.
아파트 화단에는 저 말고도 지나가는 사람들(특히 아주머니들)이 홀린 듯이 한번씩 사진을 찍고 갑니다. 이 아름다움에 홀린건 사람 뿐만이 아닌지 귀여운 호박벌도 와서 저 조그마한 꽃에 열심히 꿀을 빨러 오고 있습니다. 저 조그만 꽃에 먹을게 있긴 할까요?
흔히들 수국은 향기가 없다고 알고 있지만, 제가 키우는 수국은 경험상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주 미미하게나마 향기가 있긴 합니다. 산수국에 코를 대고 향기를 맡아보기엔 보는 눈이 많아 부끄러워 그러진 않았지만, 저희 집 수국도 참꽃에 코를 가까이 대고 향기를 맡으면 은은한 장미향과 풀냄새가 섞인 듯한 향기가 나니, 아파트 산수국도 비슷한 냄새가 나지 않을까 싶네요. 아마 벌도 참꽃 주변의 예쁜 가꽃과 향기를 맡고 오는게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저만 보기 아까워 여러분에게도 소개해본 아파트 화단의 제주 산수국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하나 사서 집에서도 키워보고 싶지만 이미 저희 집 베란다는 가득 차서 더 이상 둘 곳이 없는게 한이네요.
또 수국과 관련해서 새로운 얘깃거리가 생기면 여러분에게 한번 작성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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