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집사 생활/수국

엔들레스썸머 수국으로 시작하게 된 식집사 생활 - 1년간 변화 모습

폴라플라 2025. 6. 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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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한창 장마가 쏟아지던 때에 우연히 우리 아파트 앞의 화단에 있는 산수국을 보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그 파란색 꽃 색깔에 반해버려 결국 저는 나이 서른이 다 되어가도록 관심도 없던 식집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고민하다가 제 생일이 지나고 같은 해 9월, 꽃이 풍성하게 핀다는 "엔들레스썸머 블룸스타"라는 품종의 수국을 하나 집안에 들이게 됐습니다.

 

저는 이 때만 하더라도 제가 식집사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 2024년 09월 27일(구매일자)

처음 온라인 화원에서 왔을 때 - 2024.09

 

사실 전 식물에 대해서 아는 정보가 많이 없었습니다. 그냥 수국을 구매하기 전에 잠깐 찾아본 정보가 다였습니다.

쿠팡에서 마음에 드는 화분을 사고, 다이소에서 아무 영양제와 해충을 쫓아준다던 제충국을 사들고 집앞 화단에 있는 파란색 산수국처럼 내년에 푸른 꽃을 보고 싶은 마음에 비싼 파란색 수국 전용 상토까지 같이 사서 정성스레 분갈이를 해주면 당연히 파란 꽃이 필거라 기대했었죠. 파란 수국을 보고 싶은 마음에 이름도 '파숙이'로 지어줬습니다.

 

수국은 "세종식물원(링크)"이라는 곳에서 구매했습니다. 처음 식물을 구매해본 곳이었지만, 식물에 벌레나 다른 흠 없이 건강히 왔습니다. 지금은 같은 품종의 수국을 파는 것 같진 않아서 아쉽네요.

 

그렇게 제가 데려온 수국은 첫 겨울을 맞이해 푸르던 잎은 떨어지고, 시간이 더 지나 2025년의 봄이 찾아왔습니다.


  • 2025년 03월 11일(165일째)

겨우내 잠들어있던 수국에서 새싹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2025.03

 

수국은 겨울 내내 줄기가 목질화가 진행되었고, 점점 날이 풀리기 시작하자 푸른 이파리와 새 줄기가 될 잎눈을 밑에서부터 힘차게 끌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얼어붙어있던 땅에서 어쩜 저렇게 새 이파리를 내는지 마냥 신기했네요.

 

  • 2025년 03월 25일(179일째, 싹이 트고 2주 뒤)

본격적으로 싹이 나기 시작한 수국 - 2025.03

 

작년 잎눈에서 올라오는 새 잎과 줄기 - 2025.03

 

제가 구매한 엔들리스썸머 수국은 찾아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당년지" 수국이라고 합니다. 올해에 새로 생기는 가지에서도 꽃눈이 올라오는 품종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풍성한 수국꽃을 볼려면 작년에 있는 가지의 잎눈(촛불모양)도 얼어죽지 않고 잘 있어줘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제 수국은 보온을 너무 대강 해준 탓인지, 촛불 모양의 잎눈 네개 중 세개는 얼어죽고 나머지 하나만 살아남아 위 사진과 같이 잎을 내고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열심히 식물 키우는 정보들을 더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비료는 뭐가 좋으며, 수국을 푸르게 만들려면 산성 토양에 알루미늄 이온 성분이 땅에 있어야 한다는 등... 장담컨대, 저 한달 동안 찾아본 정보가 제가 평생 알아온 식물들 정보들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특히 좋은 비료가 식물이 봄에 잎을 움트는 시기에 아주 중요하다고 들은 전 허겁지겁 인터넷에서 유명한 비료 하나를 구입해봅니다. 이 비료의 효과는... 나중에 한번 따로 포스팅 해드리겠습니다. 여기에 적기엔 너무 길 정도로 정말 효과가 좋았거든요.

(광고 아닙니다. 내돈내산이며, 제가 구매한 구매처 링크입니다.)

 

https://smartstore.naver.com/yphm/products/5362126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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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04월 04일(189일째, 싹이 트고 24일 뒤)

열흘 만에 몰라보게 잎이 많이 났습니다. - 2025.04

 

비료를 주니 이때다 싶었는지 새 잎을 엄청나게 올리는 제 수국을 보고 있자니 자식 키우는 기분이 이런 느낌인가 싶었습니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신나고 눈 감았다 뜨면 더 커져있는 제 수국이 참 이뻐 보이더군요.

자세히 보니 안에 꽃눈이 있습니다. - 2025.04

 

그리고!!! 기다리던 꽃눈이 마침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잎 속에 숨어있는 조그마한 브로콜리! 저게 바로 수국의 꽃눈입니다.

 

이 때부터 알루미늄 성분이 있는 명반을 하루 전에 받아놓은 수돗물에 녹여서 조금씩 관수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푸른색을 꼭 보고 싶었거든요. 비율은 [물 1L : 명반 1g]로 했고, 약 1주일에 한번 정도 꼴로 물을 줄 때 같이 관수해줬습니다.

 

  • 2025년 04월 09일(194일째, 싹이 트고 약 1개월 뒤, 위 사진으로부터 5일 뒤)

가지만 앙상하던 수국이 1개월 만에 이렇게 커버렸습니다. - 2025.04

 

정말 눈 감았다 뜨면 커 있다는 말이 이런 말인거 같습니다. 아예 다른 식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빨리 크더군요. 꽃눈(브로콜리)들도 점점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2025년 04월 14일(199일째, 싹이 트고 34일 뒤)

2025.04.14

 

점점 브로콜리 같은 꽃눈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을 기점으로 뭔가 더 이상 이전만큼의 성장 속도는 아니게 되더라구요.

 

비료는 앞서 소개드린 하이포넥스 비료를 약 5-8일 주기로 한번씩 겉흙이 마르고 물 줄 때 같이 주고 있었습니다.

수국은 물을 많이 먹는다던데 크게 물이 엄청 마른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네요.

 

  • 2025년 04월 21일(206일째, 싹이 트고 41일 뒤, 위 사진으로부터 1주일 뒤)

브로콜리가 제법 커졌습니다. - 2025.04

 

  • 2025년 04월 29일(214일째, 싹이 트고 49일 뒤)

 

이때부터 꽃눈의 변화를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 2025.04

 

꽃눈이 유의미하게 커졌습니다.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가장 아래에 있던 새순에서 올라온 꽃눈 하나는 힘이 약했는지 말라 죽었습니다. 이 때부터 산성 토질을 좀 더 만들어주기 위해서 기존 물 1L에 식초 8방울 정도를 더 섞어서 주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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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05월 07일(222일째, 싹이 트고 57일 뒤, 위 사진으로부터 약 1주일 뒤)

빛을 받으니 더 예뻐보입니다. - 2025.05

 

더 커진 꽃눈 - 2025.05

 

수국 꽃은 우리가 꽃이라고 여기는 부분은 사실은 가짜 꽃이고 진짜 꽃은 안에 있는 조그마한 동그란 것이라고 하네요. 이제 슬슬 꽃받침이 펴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 2025년 05월 12일(227일째, 싹이 트고 62일 뒤)

 

조금 더 커진 꽃눈 - 2025.05

 

꽃눈은 그렇게 한동안 큰 변화가 없는가 싶더니,

  • 2025년 05월 16일(231일째, 싹이 트고 66일 뒤, 위 사진으로부터 4일 뒤)

이제 제법 수국 꽃 같습니다. - 2025.05

 

이렇게 나흘만에 나도 수국이라는 듯, 꽃받침이 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저 조그마한 브로콜리가 어떻게 풍성한 수국꽃이 될까 굉장히 의문스러웠는데 수국은 보란듯이 큰 꽃 모양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리고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때부터 어렴풋이 꽃받침에는 제가 그토록 원하던 푸른빛이 아닌 핑크빛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초보 식집사인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싱글벙글 꽃 핀다고 좋아하고 있었죠. 명반도 식초도 잊지 않고 주고 있었으니 나름 최선의 노력은 다 하고 있는 셈이었습니다.

 

  • 2025년 05월 17일(232일째, 싹이 트고 67일 뒤)

아침 햇빛을 받으니 더 잘 나오는 것 같습니다. - 2025.05

 

다른 꽃대들도 열심히 피어나고 있습니다. - 2025.05

 

확실히 베란다에서 키우는게 더 따뜻해서인지, 제가 보고 반했던 아파트 화단의 산수국들은 이제야 브로콜리가 조금 보이는 수준이었는데 제 수국은 벌써 수국같은 모양을 하고 꽃이 필려하고 있더군요.

 

이 녹색 꽃도 참 보다보면 이쁜 것 같습니다.

 

  • 2025년 05월 21일(236일째, 싹이 트고 71일 후, 위 사진으로부터 4일 뒤)

끝이 살짝 보라색이 되었습니다. 전 이때까지만해도 제 수국이 보라색은 될 줄 알았습니다. - 2025.05

 

이제 본격적으로 수국이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수국 색은 꽃의 끝부분부터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전 그리고 이때부터 뭔가 잘못되어 감을 느꼈죠... ㅋㅋㅋㅋㅋ

 

아무리 봐도 수국이 원하던 파란색이 아닌 핑크색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분명 챗지피티가 시키는대로 했는데... 정보도 많이 찾아봤는데... 파란 수국 전용 상토이기도 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되는거지라는 생각과 위 사진의 살짝 보라색으로 물든 수국을 보면서

 

'아냐 아직 색깔 이정도면 보라색 정도는 나올거야'

 

라고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더 선명한 분홍색을 보기 전까진요.

 

  • 2025년 05월 22일(237일째, 싹이 트고 72일 후)

누가 봐도 푸른색은 아닌 것 같습니다. - 2025.05

 

  • 2025년 05월 27일(242일째, 싹이 트고 77일 후, 위 사진으로부터 5일 뒤)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네요. - 2025.05

 

누가 봐도 핑크색이군요... ㅋㅋㅋㅋㅋ 

그렇게 제 '파숙이'는 팔자에도 없던 핑크 뚝배기를 가지고 '핑뚝이'로 개명 당했습니다.

 

이때부터는 그냥 올해는 핑크색을 보는걸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못본 푸른색에 미련이 남아 구질구질하게 구연산을 사서 물에 조금씩 타서 주긴 했지만요.

 

  • 2025년 05월 29일(244일째, 싹이 트고 79일 후)

핑크색도 보다보니 이뻐졌습니다. - 2025.05

 

 


그리고 포스팅을 작성하는 지금,

 

  • 2025년 06월 03일(249일째, 싹이 트고 84일 후, 위 사진으로부터 5일 뒤)

결국은 진분홍이 되고 만 파숙(이었던 것)씨 - 2025.06
가꽃 위로 핀 보라색 참꽃이 보입니다. - 2025.06
핑크색이어도 이쁘긴 이쁘네요. - 2025.06

 

결국 제 1년 수국 농사는 핑크 수국으로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나름 오래 기다렸다면 기다린 결과인데 핑크색으로 자라난게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꽃을 피워내기까지 기다리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습니다.

 

저는 첫 식집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수국을 고른 것을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서사가 있거든요.

수국은 추운 겨울을 겪어야만 꽃눈이 생기는 식물입니다. 겨우내 가지만 앙상한 볼품 없는 모습으로 있다가 그 겨울을 딛고 내년에 예쁜 모습으로 이렇게 자라나는 모습이 참 인상 깊고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장장 250일 간의 수국 관찰기였습니다! 내년에는 푸른빛 수국으로 여기에 다시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 때까지 잘 길러보겠습니다.

 

나중에 현재 수국 모습도 간간히 올리고 수국 키우는 팁도 여기 끄적여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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