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쯤에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 있습니다. 동물의 숲 게임의 봄철 이벤트 같죠.
식물들이 새싹을 내는 시기. 그리고 나무 씨앗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저희 아파트 단지에도 단풍나무들이 여럿 심어져 있고, 그 밑을 잘 살펴보면 작년에 떨어진 씨앗이 귀여운 단풍나무 새싹이 되어 큰 나무 밑에서 올라오고 있는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올해 단 몇 달 만에 식집사가 되어버린 저는
화초류도 좋지만 나무도 멋있을거 같은데?
라는 생각과 함께 단풍나무 밑에서 새싹 몇 개를 주워오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비교적 큰 것, 두 개는 비교적 작은 것으로요.
채취하는 건 간단합니다. 새싹들은 뿌리가 얕기 때문에 힘을 줘서 무 뽑듯이 쑥 뽑으면 뿌리채 뽑혀 나오거든요. 다만, 그렇게 하기에 너무 크게 자란건 그렇게 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이미 아파트 조경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런 나무들은 뽑으시면 안됩니다. 이런 새싹들이야... 어차피 한두달 뒤면 예초기에 다른 풀들과 함께 갈려나갈 운명이었으니 가져간다 한들 큰 문제도 되지 않을 거고요.
다이소에서 사온 조그만 화분과, 분갈이를 하고 남은 도자기 화분에 각각 그렇게 심어봤습니다.
- 2025년 04월 27일
큰 화분에 심어진 조금 큰 단풍나무는, 뽑아온 이후로 분갈이 몸살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위 사진의 끝에 매달려있던 새싹은 말라서 떨어져버렸고, 한동안 이파리가 축 처져서 그늘로 옮겨주고 키웠습니다.
작은 화분에 심겨진 두 새싹은 그나마 큰 문제 없이 잘 자랐습니다. 뽑아올 때도 뿌리가 굉장히 귀여웠었는데, 이런 얘들이 잘 자랄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두 화분 모두 처음에는 화분이 다소 컸는지, 물을 줘도 일주일이 넘도록 화분의 흙이 마르지 않았습니다. 분갈이 할 때 배수층을 잘 만들어 주고 흙 자체도 배수가 잘 되는 흙이라 과습이 오진 않았습니다. 흙을 완전히만 마르지 않게끔 물 주는 간격을 흙을 만져보며 조절했죠.
그렇게 한동안 큰 소식이 없던 단풍나무들은,
- 2025년 06월 03일(채취 후 37일 뒤)
두 화분 모두 몰라보게 커졌습니다! 뿌리가 자리잡으니 정말 무서운 속도로 크네요. 특히 큰 화분에 있는 작은 화분에 있는 나무들과 달리, 몸살을 꽤 오랫동안 앓았습니다. 뽑아올 때 뿌리는 가장 크고 깊게 내려있었지만, 거의 한 달 가까이 아무런 성장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가만히 있던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라는지, 이제는 작은 화분에 있는 녀석들 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자라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선 단풍나무 두 개 정도는 나중에 키워서 선산에다가 심자고 하시네요. 총 세 그루니 그렇게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와중에 약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한 그루는 철사를 감고 '분재'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빨간 단풍잎을 가진 단풍나무 분재라니.. 상상만해도 낭만 넘치지 않습니까? 물론 블로그 주인장이 분재에 관한 지식과 수형 잡는 지식은 얕습니다만... 언제는 그런거 생각하면서 했습니까. 일단 해보는거죠.
작은 화분에 있는 두 나무는 아직 철사를 감기에는 길이도, 나이도 아직은 적당해보이지 않아서 큰 화분에 있는 나무를 분재로 만들어보기로 결심했고, 쿠팡에서 1mm 원예용 철사를 주문했습니다.
그렇게 이리저리 감아본 결과...
뭔가가 된 것 같긴 합니다만 좀 엉성한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감아두고, 철사를 구부려서 수형을 잡아주면 저 휜 모습대로 나무가 커지면서 나중에 수형이 잡히는 그런 원리인 것 같습니다.
이 철사를 감는 과정이 해보기 전에는 몰랐지만 은근히 까다롭습니다...
- 줄기가 다치거나 꺾이면 안됨
- 나오는 새싹이 다치면 안됨
- 잎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함
손이 섬세하지 못한 탓인지, 특히 나오는 새싹이 철사를 감다가 힘을 받게 되어 떨어질 뻔한 경우가 한두번 있었습니다.
우여곡절이 좀 있었지만, 어쨌든 세 나무 모두 지금은 잘 자라고 있습니다. 아직 키운지는 얼마 되지 않아, 성장 과정을 담은 사진이 많지는 않네요. 제법 나무같아 보일려면 못해도 4~5년은 길러야 할테니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작은 화분에 있는 두 그루는 화분이 좁아지는 것 같아 분갈이를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 또 한번 단풍나무들은 어떻게 됐는지 끄적여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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